끝을 모르고 오르던 홍콩의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콩 당국이 치솟는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제재 방안을 내놓으면서, 홍콩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어들였던 대표 부동산 업체들의 매출도 뚝 떨어졌다.
홍콩의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지난 7월 홍콩 내 아파트 거래량이 다섯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중화권 최대 부자인 리카싱(李嘉城) 소유의 부동산 투자회사인 청쿵(長江)실업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지난달 신규 아파트를 주변 아파트보다 24% 더 낮은 가격에 분양하기도 했다.
홍콩 내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든 이유는 행정 당국이 주택공급을 확대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올해까지 홍콩 내 주택가격은 66%가 올랐다. 연율로 평균 5.2%씩 오른 셈이다. 특히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으로 기업과 중국 본토의 투자금이 몰리면서 주택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2009년 이후 홍콩 당국이 거둔 수입의 5분의 1,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이 부동산 산업에서 창출됐을 정도다.
반면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주택자는 늘어났다. 홍콩 거주자들의 평균 소득 상승률이 치솟는 집값을 따라잡지 못한 것. 지난달 발표된 중문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홍콩 내 전체 시민 가운데 50%는 무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7월부터 홍콩의 행정수반으로 새로 취임한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주택 건설을 위한 토지공급을 늘릴 것"이라며 "건설업계가 매년 2만여채를 새로 분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홍콩 내 신규주택 수가 9500채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새로 짓는 주택은 지난해의 두배에 달한다. 렁장관은 이 계획에 850억홍콩달러를 투입할 방침이다.
렁장관은 또 지난해부터 실시한 부동산 거래세도 강화할 예정이다. 부동산 거래세는 부동산을 취득한지 2년 이내에 다시 부동산을 되파는 경우 일정한 비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사들인지 6~12개월 안에 다시 판매하는 부동산은 10%, 취득 후 13~24개월이 지난 부동산은 5%의 거래세를 추가로 부과한다. 투자 위주의 정책이 아닌 실수요자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
렁장관의 계획이 알려지면서 홍콩 부동산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대형 부동산 투자회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시아 제2의 부동산 회사인 청쿵실업은 올 상반기 중 토지 매입이 단 한 건에 그쳤다. 거래가 뜸해지면서 매출도 반 토막이 났다. 톰슨 로이터의 자료에 따르면 청쿵실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줄어든 20억달러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 실적 발표를 앞둔 홍콩 최대의 부동산개발업체 순훙카이(新鴻基) 부동산개발도 지난해보다 매출과 순익 비중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홍콩 내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렁장관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강한 정책적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다가, 중국 본토의 경기 침체로 투자금도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부동산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프로퍼티가이드(Global Property Guide)는 지난 2010년에만 20% 가까이 뛰었던 홍콩 집값이 올해 2.6% 상승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CLSA의 니콜 왕 부동산 부문 투자전략가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공급 확대에 따라 주택 가격 상승률이 고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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